[사설] 가공할 중국 전기차 공세, 강 건너 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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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모터쇼'의 샤오미 부스에 전시된 샤오미의 첫 전기차 모델 'SU7'./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이 지난해 자동차 490만대를 수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20%대 수출 증가율을 보이며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4년 만에 열린 베이징 모터쇼는 달라진 중국 전기차의 위세를 보여준다. 테슬라를 누르고 ‘세계 1위’ 전기차 메이커가 된 비야디(BYD)의 하이브리드 신차를 비롯, 모터쇼에서 선보인 신차 모델이 117종에 달한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1회 충전에 1000㎞를 주행할 수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개했다.

중국 전기차는 더 이상 싸구려 차가 아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영국의 럭셔리 스포츠가 브랜드 로터스를 인수해 수억 원대 럭셔리 전기차를 만들어 독일 포르셰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BYD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 대항할 유일한 라이벌은 왕촨푸(BYD 창업자)”라고 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유럽에선 4년 이상 걸릴 새 모델을 2년 만에 만들어, 매년 70종 이상의 새 모델을 선보인다. 전기차 부품 자급률이 70~80%에 달해 제조 원가가 경쟁국보다 30% 이상 낮다. 중국 전기차의 압도적 경쟁력에 놀란 독일 폴크스바겐 CEO가 “지붕이 불타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미국·유럽 정부는 보호무역 정책으로 중국 전기차 공세를 막아보려 한다. 유럽은 중국 전기차에 대해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 트럼프는 멕시코산 중국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우리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그룹이 선전하면서 중국차의 공세에서 영향을 덜 받아왔다. 선진국들의 중국 전기차 견제 덕에 현재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차가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한 압도적 가격 경쟁력으로 동남아, 중동, 남미 시장 등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한국의 전기 버스 시장을 이미 장악했고, 승용차 시장에도 곧 진출한다. 자동차 산업은 수출과 제조업 고용의 12%를 각각 차지하는 국가 기간 산업이다. 기업, 정부, 노동계 너 나 할 것 없이 비용, 속도 면에서 중국 차 공세에 맞설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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